모르는 것 찾아내기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만드는 문제는 대개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던 항목에서 나옵니다.
도구가 강해질수록 결과를 가르는 조건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얼마나 정확히 아는지로 옮겨갑니다. AI는 지시받은 대로 실행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 넘어간 조건 하나가 작업 끝에서 큰 수정으로 돌아옵니다.
내가 건넨 지시와 예시, 참고자료가 지도이고,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자리가 영토입니다. 지도에 없는 지형을 만나면 AI는 멈춰 묻는 대신 내가 원할 법한 쪽을 스스로 고르고, 그렇게 내가 정한 적 없는 결정이 하나씩 생깁니다. 그 자리를 모르는 것이라고 부릅니다.
모르는 것은 두 가지 질문으로 갈립니다. 그 항목의 내용을 내가 아는지, 그리고 그런 항목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내가 아는지입니다. 두 질문을 교차하면 네 칸이 나오고, 칸마다 드러나는 때와 여는 방법이 다릅니다.
| 칸 | 어떤 항목인가 | 행사 포스터 예 | 찾아내는 법 |
|---|---|---|---|
| 이미 요청에 적은 것 | 내용도 알고 필요하다는 것도 아는 항목 | A4 세로, 9월 12일 행사 | 요청문에 그대로 적습니다 |
| 모른다고 아는 것 | 비어 있다는 것까지는 아는 항목 | 인쇄소가 요구하는 여백 규격 | 찾아보거나 AI가 하나씩 묻게 합니다 |
| 당연해서 안 적은 것 | 내 안에는 있는데 글로 나오지 않은 항목 | 로고는 늘 왼쪽 위에 둔다 | 다른 방향의 시안을 먼저 받습니다 |
| 고려조차 안 해본 것 |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항목 | 협력사 배포본에는 영문 병기가 필요하다 | 사각지대 점검을 먼저 합니다 |
아래 두 칸은 둘 다 요청문에 적히지 않았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당연해서 안 적은 것은 결과를 보는 순간 어긋난 지점이 바로 눈에 들어와서, 서로 다른 시안 몇 개만 받아 봐도 조건 문장으로 끌어낼 수 있습니다. 고려조차 안 해본 것은 결과를 봐도 알아채지 못하고 외부 조건과 부딪히고 나서야 드러납니다.
마지막 칸이 문제가 되는 것은 드러나는 시점이 가장 늦기 때문입니다. 앞의 세 칸은 시작 전이나 첫 시안에서 드러나서 요청문 한 줄로 고쳐집니다. 마지막 칸은 결과물을 넘긴 뒤에 드러나기 때문에, 그때까지 이어서 해 둔 작업을 다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착수 전에 이 분야를 하나도 모른다고 밝히고 무엇을 놓쳤는지 먼저 짚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톤이나 형식은 원하는 실물을 그대로 건네고 같은 결로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당연해서 안 적은 칸의 조건까지 함께 드러납니다.
네 칸으로 가르는 틀 자체는 1955년 심리학의 조하리 창(Johari Window)에서 나와 2002년 도널드 럼즈펠드의 브리핑으로 널리 알려졌고, 앤트로픽의 Thariq Shihipar가 이 틀을 AI 협업으로 옮겨 요청문과 실제 작업 사이의 간극을 담게 했습니다. 원래 틀은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는 데 쓰였고, 여기서는 착수 전에 어느 칸을 먼저 열지 정하는 데 씁니다.